벌써 몇 년이 흘렀다.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때도 이 곡이 가장 잘 어울리던 순간도 그렇게 추억이 되었다. 비록 지금은 겹겹이 쌓여 흐릿해진 기억이라도 그땐 진심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여름이었고 택시에서 내려 건물 앞까지 뛰느라 셔츠가 다 젖는 바람에 당황했던 날이었다. 몇 시간의 만남은 짧기만 했고 그 후 남은 감정은 길었다. 바로 그날 이 노래를 들었다. 나에게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하나 있다면 상황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노래를 선택하는 것인데 노력이 아닌 본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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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죠지의 바라봐줘요는 앞으로도 이렇게 내게 남을 것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그날로 돌아가서 창가를 등지고 앉아서 에너지바를 먹고 잠시 다른 세상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며 꿈같던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내가 꿈꿔왔던 것처럼 그렇게 나를 바라봐줘요'하고 끝나는 가사 한 줄이 주제가 되고 나머지 가사는 이야기가 되어 그 여름날을 담는다.
시간이 지나 변해버린 마음이 아쉬운 건지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이 안타까운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내일의 내가 그리워할 추억이 될 텐데 계속 과거 속에 살면서 하루를 보낼 수는 없지만 그립다. 조금 더 어린 나와 조금 더 순수했던 바람마저 놓치기 싫어진다. 몇 년 후의 나는 바라봐줘요를 공감할 만큼 애틋함을 간직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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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BTS 정국의 바라봐줘요 커버를 트위터에 업로드된 날 듣고 오늘 다시 들으니 잔잔하고 부드러운 사랑이 느껴진다. 원곡이 20대의 떨림이라면 정국의 커버는 10대의 순수함이다.
레드벨벳 조이의 바라봐줘요 커버 역시 작년에 처음 그리고 지금 다시 듣고 예쁜 음색에 한 번 감탄, 아름다운 영상에 두 번 감탄했다. 찾아보니 작사 작곡에 죠지와 함께 한 박문치와 함께 했다. 이건 꼭 영상으로 봐야 한다!
'아무런 의미 없는 일상'의 연속일 때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라고 하지만 벌써 2년)에 더 깊이 가라앉는다. 그럴 땐 이렇게 좋아하는 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평소 먹고 싶던 좋아하는 음식 먹고 하루빨리 수면 위로 올라가려 애쓴다. 그렇게 애를 쓰다 보면 또 어느새 육지에 올라와 가볍게 걸어 다니고 있다. 좋은지 나쁜지 인생은 이런 주기를 몇 번 지나며 조금씩 흘러간다. 지금 내려왔다면 다시 올라가는 그래프의 상승 곡선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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