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의 작사법 #5

옵티머스 2021. 6. 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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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5


'Summer Time'이라는 말을 가을 발매곡 후렴구에 넣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현재를 그릴 수 없으니 과거나 미래에 다녀오는 방식으로 풀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가장 찬란했던 순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여름을 상상하는 가사나 그때 그랬지 정도였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은근히 즐기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 걱정하지는 않는다.

아이유와 같이 팬덤이 크고 팬과 함께 노래하는 가수는 호응할 수 있는 가사가 있으면 좋다. 그리고 갈색 머리로 활동하게 되어 가사에 담았다는 부분과 단발머리로 개사해서 부르기도 했다는 부분의 재미를 더한 디테일은 언제든 가수와 팬을 신나게 한다.


'아이야 나랑 걷자' 관련 글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던 글귀는 '내게 미리 와 있던'이고 나는 여기에 밑줄에 별까지 달았다. 우연이 아닌 운명처럼 만나지는 것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상대는 누구든 뭐든 될 수 있다. 기다림의 이유가 있던 것 같은 느낌은 얼마나 기분 좋은가?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있을 거라 믿고 싶다.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줄 것만 같은 곳에서 거의 매일 글을 작성한다. '운명론'을 믿고 싶다.

~p.156 생각

아이유와 가인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하다가 모두가 가진 '비밀'이라는 것에 대해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차마 이 곳에 다 적지 못하는 비밀이 존재하고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비밀은 존재한다. 나쁘고 좋은 것 아닌 당연한 것이다. 비밀은 비밀로 두는 편이 나을 때가 많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사람은 참 신비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니까 신비로운 것인가?

~p.169 생각

나도 누군가의 오랜 팬으로서 '팬송'이라고 하는 곡을 들으면 사실 그냥 연인의 사랑이야기에 '팬' 이름 하나 붙인 것 아닌가? 할 때 있었다. 그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중성과 팬의 마음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엑소가 월드스타가 될 걸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국내 팬들을 위한 팬송인 것처럼 작사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웃었다. 그리고 가수 신화와 팬 사이의 오랜 시간 함께 한 끈끈함 같은 걸 나도 조금은 느끼는 지라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십 년이 지나면 사이가 조금 달라지는 느낌은 든다. (1~2년 때와 같을 수는 없지!)

작사가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어떤 시각으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클라이언트'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 생각이 아닌 네 생각인 것 같은 내 생각 혹은 내 생각인 것 같은 네 생각을 써야 하는 직업이다. 울적하다고 해서 울적하다고 할 수 없다. 웃고 있는 당신을 위한 밝은 글을 써야 하는 '스태프'이기 때문에...

'천하무적 이효리' 가사 픽스 후 가수 이효리를 보며 지면을 느낌표로 채우고 싶다는 환희의 부분에서는 밑줄과 느낌표 세 개를 더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신 느낌표를 채우고 싶었지만 소심하게 옆에 그려 넣었다.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에 빙의해서 쓰는 가사 역시 다양한 감정을 선물할 것 같다. 내가 내가 될 수 없는 글을 좋게 말하면 나는 네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p.197 생각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작사를 누가 했는지 궁금해했지만 '작사'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김이나다. ('... 윤상이다.' 위에 김이나, 이소라라고 연필로 썼다.) '그중에 그대를 만나'가 가장 강력했다. 도대체 이런 가사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들을 때마다 했다. 그 후로 작업한 곡들을 찾아보기도 했고 가끔 방송도 챙겨 보고 있다.

'Re: 나에게'에서 했던 '스스로를 덜 사랑해서'라는 말에 뜨끔하며 요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작사노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두가 읽을 수 있지만 나의 공간인 티스토리에서 글을 쓰면서도 짧은 것을 늘릴 때가 있고 긴 것을 줄일 때가 있다. 나도 후자인 것이 더 애착이 간다. 하나 예로 들자면 초기에 작성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글은 한 번 더 적고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런 글이 몇 더 있고 읽는 사람도 공감하리라 믿는다.

~p.206 생각

끝없는 불안과 디 브릿지를 빼먹은 것을 녹음 당일 급하게 정리한 것 등을 솔직하게 풀어쓴 부분에서 '이렇게까지 솔직하게!!'라는 느낌을 적었다. 방금 본 영상에서 불안은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크기보다는 빈도를 기억하는 우리는 작은 성취, 작은 행복에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소확행' 여러 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과거를 돌아보면 그런 것도 같다.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것도 어쩌면 '작은 성취'일지 모른다.

~p.215 생각

 


오랜만에 날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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