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오래 남을 곡이 있다면 바람이 분다가 아닐까. 많은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 어딘가에 흔적을 남길 아름다운 곡.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가 차분하게 시작되고 농도 짙은 감정을 품은 이소라의 목소리가 흐른다. 그렇게 시작된 곡은 점점 고조되고 넓게 퍼진다. 한 편의 시 같은 가사. 되뇌일 수록 화려한 슬픔이 느껴진다.
언젠가 이소라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적 있다. 이소라-하면 클래식하게 떠오르는 바람이 분다 외에도 최근 즐겨 듣던 그대와 춤을, Amen 등 명곡은 많다. 꼭 팬이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음악을 이해하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하는 바람.
얼그레이 티를 마시고 있자니 이 노래가 따뜻한 얼그레이 티와 같기도 하다. 묵직한 향이 나는 하지만 사이사이에 향긋함이 존재하는 그런 존재. 가볍지 않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겁지 않은 적당한 무게로 있다. 그녀는 음악으로 치료하는 사람이다. 듣고 있자니 몸과 마음의 아픔이 씻겨 내려간다. 많은 사람의 슬픔과 아픔을 하나씩 지워내는 힘이 있다. 노래하는 마디 사이의 공기마저 상처를 낫게 하는 음악이다.
어딘가 씁쓸하기도 한 이 곡은 사실 가을과 겨울에 더 어울리지만 잔잔한 봄과 푸른 여름 사이에 울려도 충분히 좋다. 갑자기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가까이서 듣고 있다. 감동이 배가 되고 전율이 흐른다.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 함께 흘러가고 있다. 사랑과 이별의 찬란함을 덤덤하지만 온 마음 다해 노래하는 바람이 분다를 오늘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추억마저도 다르게 기록되죠.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아요. 서로 다른 기억들이 쌓여 또 다른 기억을 만들고 그렇게 다양함이 존재하는 곳이 여기가 아닐까요. 그대로 두어도 괜찮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 노래를 느끼는 방식도 떠오르는 추억도 다르겠죠. 저는 사랑은 희극이라고 생각하구요. 가사에서는 비극이라고 말을 해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냥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됩니다. 이소라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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