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작아지는 날이 있다. 나는 왜 이렇지?를 반복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누르고 있을 때 무한한 곳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누구든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나아질까 생각하는 내가 이기적인 것 같아서 다시 나를 괴롭히기를 반복한다. 하늘이 무너질 큰 일도 아닌데 종일 휘청거리다 위가 아파온다. 아까 먹은 것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모르겠다. 매일 즐거울 수 없지만 이젠 익숙해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흔들릴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낀다. 아직 다 크지 않았구나. 더 커야 하는 구나.
볼빨간 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는 이런 지금을 말하는 것 같아 들으며 위로를 받고 있다. 사춘기는 사춘기라는 핑계라도 있지. 사춘기가 두세번은 지나갈 나이를 안고 사는 건 가끔 너무 힘들다. 고작 이런 일로 힘들다고 말하는 내가 힘들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까 몇 밤을 물으면 괜찮아진다는 걸 안다. 오늘 읽은 유튜브 음악 플레이리스트 댓글 베스트에 이런 글이 있었다. 여기서 펑펑 울고 위로하면 좋겠다. 나가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다닐 거잖아요, 우리. 이런 내용의 글이었는데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나도 좋아요를 눌렀다.
여기까지 쓰고 있자니 오늘의 노래에 너무나도 적합한 곡이라 더 슬퍼진다. 하필 오늘 가을이 온 것 같은 날씨였다. 아침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이제 반팔을 입고 나가기에는 조금 쌀쌀한, 추위가 느껴지는 계절이었다. 다만 공기는 맑았고 상쾌했다. 가을 공기를 담아뒀다가 원할 때마다 꺼내고 싶었다.
여러 이유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최근 가장 감사한 건 감정의 변화에 따라 선곡하는 노래를 공유하는 동시에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숨 좀 쉬고 털어내고 가는 곳이 여기라는 점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흘러간다. 위에 언급했던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다. 오늘은 볼빨간 사춘기의 나의 사춘기를 들으며 작고 모자란 나를 덜어내고 간다. 1분 뒤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지만 보통 몇 밤은 가곤 했던 이 마음이 이번에는 조금만 더 일찍 가기를 바라며...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 계절을 즐기자구요. 가을은 또 오지만 2021년 가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요. 오늘 하루 속상했던 일 두고 가세요.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바랬을까' - 하며 끝나는 가사
볼빨간사춘기 - Mermaid , 누구나 이런 사랑 한 번쯤...
어떤 사람은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존재하는 천재. 대부분 예술에서 느끼게 되는데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몇 년 전 몇 백번 반복하던 날들보다 글을 쓰기 위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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